지난 글에서 3C 가치분석 중 Company, 그러니까 당신의 역량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다뤘다.
오늘은 두 번째, Customer 이야기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를 보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게 대부분 회사소개다.
그런데 이건 순서가 틀렸다.
심사위원이 가장 먼저 궁금해하는 건 당신 회사가 아니다.
당신이 풀려는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 누군가 돈을 내고라도 해결하고 싶어하는 문제인지다.
Customer가 정부지원사업의 시작점이다

3C 중에서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하는 건 Customer의 문제다.
문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의미가 없다.
아무리 당신의 역량이 뛰어나도, 아무리 경쟁력 있는 솔루션이라도, 풀어야 할 문제가 없다면 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서 심사위원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구체적인 타겟이다.
누가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둘째, 문제의 실존성이다.
그 문제가 정말 존재하는지, 당신 혼자만의 착각은 아닌지를 보여줘야 한다.
셋째, 문제의 절실함이다.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돈을 주고라도 해결하고 싶을 만큼 심각한 문제인지 증명해야 한다.
넷째, 문제의 시스템성이다.
개인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해결이 필요한 문제인지 설명해야 한다.
이 네 가지가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서 명확하게 보이는지 점검해보라.
[CASE 1] 본인의 불편함을 시장 전체의 문제로 착각하기

“저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커피를 사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사전 주문 앱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미 스타벅스 사이렌오더가 있고, 이걸 벤치마킹한 패스오더가 있고,
메가커피, 투썸, 이디야 등 각 브랜드별 앱도 다 있는데도 이런 사업계획서가 나온다.
“동네 커피숍은 이런 앱이 없잖아요.”
그건 경쟁자가 없는 게 아니다.
동네 커피숍 사장님들이 이런 앱을 안 만들거나 이용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주문량이 적어서 굳이 필요 없거나, 앱 수수료가 부담스럽거나, 고객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불편하다고 모두가 불편한 건 아니다.
당신이 필요하다고 시장이 필요한 건 아니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이거다.
본인의 개인적 경험을 시장의 보편적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
만약 당신이 겪은 불편함을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고 싶다면, 최소한 이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 숫자로 제시하라.
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무엇을 하고 있고, 얼마나 비용을 지불하는지 보여줘라.
기존 솔루션이 왜 충분하지 않은지 명확하게 설명해라.
그게 없으면 그냥 당신만의 불편함일 뿐이다.
[CASE 2] 설문조사로 때우는 시장 검증

“소상공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7%가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이다.
문제는 설문조사가 아니라 그 다음이다.
87%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그들이 돈을 낼 의향이 있나?
“필요하다”와 “돈을 내겠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설문조사에서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의 90%는 무료면 쓰겠다는 뜻이다.
유료로 전환되는 순간 이탈하는 사람들이다.
진짜 시장 검증은 설문조사가 아니라 지갑을 여는 행동이다.
당신의 MVP에 돈을 낸 고객이 몇 명인가.
파일럿 테스트에서 실제로 구매 전환이 일어났는가.
현재 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고 있는 돈이 얼마인가.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는 설문 결과가 아니라 이런 구체적 행동 데이터가 들어가야 한다.
[CASE 3] 솔루션을 먼저 만들고 문제를 끼워맞추기

“저희는 블록체인 기반 인증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걸로 유통 이력 관리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순서가 뒤바뀐 케이스다.
문제가 먼저인지, 솔루션이 먼저인지는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를 보면 바로 티가 난다.
솔루션이 먼저인 팀은 문제 설명이 억지스럽다.
블록체인을 쓰고 싶어서 문제를 찾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블록체인이 필요했다는 식으로 써야 하는데, 대부분은 반대로 쓴다.
심사위원들은 이걸 단번에 알아본다.
진짜 문제에서 출발한 팀은 문제를 설명할 때 디테일이 살아있다.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왜 이 문제로 고통받는지 생생하게 그려진다.
솔루션에서 출발한 팀은 문제 설명이 추상적이다.
“유통 업계의 비효율성”, “정보 비대칭 문제” 같은 일반론만 나열한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는 당신의 기술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계획을 보여주는 자리다.
깊은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라
많은 창업자들이 착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아니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서 보여줘야 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얕게 공감하는 문제가 아니라,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깊게 공감하는 문제다.
“출퇴근길 지하철이 너무 복잡해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얕은 문제다.
불편하지만 참을 만하고, 돈을 내면서까지 해결하고 싶지는 않다.
“의류 제조업체인데, 원단 불량률이 20%나 되는데도 검수 단계에서 발견하지 못해요.
한 번 옷을 만들고 나면 전량 폐기해야 하고, 그때마다 평균 500만 원씩 손해를 봅니다.”
소수만 겪는 문제다. 하지만 깊은 문제다.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사업이 안 돌아가고, 돈을 내서라도 해결하고 싶다.
깊은 문제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유니크해진다.
경쟁자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진짜 문제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 문제에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요양원 관리자들이 서류 작업 때문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어떤 서류 작업인가. 왜 어려운가. 하루에 몇 시간이나 걸리나.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못하게 되나. 현재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얼마나 비용을 지불하고 있나.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요양원 관리자들이 매일 2시간씩 정부 제출용 서류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서식이 자주 바뀌고, 한 번 틀리면 전체를 다시 작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하루 평균 3시간이 소요되고, 그 시간 동안 본업인 어르신 케어를 못합니다. 현재는 파트타임 행정 인력을 월 150만 원 주고 고용하고 있지만, 이 사람도 서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한 달에 두세 번은 재작성합니다.”
이제 문제가 구체적이다.
이 정도 깊이로 파고들어야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서 설득력이 생긴다.
VOC와 문제 중심 스토리텔링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의 첫 장에 회사 연혁을 넣지 마라.
대신 고객이 겪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 상황을 넣어라.
문제를 먼저 말해라.
당신의 회사 소개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먼저 보여줘라.
사람들은 당신이 누구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그 문제가 시스템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라.
개인의 무능이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는 걸 보여줘라.
그리고 가장 강력한 증명은 실제 고객의 목소리, 그러니까 VOC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 설문조사 결과 그래프를 넣지 말고, 고객 인터뷰 내용을 넣어라.
“현재 재고 관리를 위해 엑셀을 쓰고 있는데, 직원이 바뀔 때마다 데이터가 꼬여요. 한 달에 두세 번은 재고 조사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이틀은 걸립니다. 이걸 해결해주는 솔루션이 있다면 한 달에 50만 원까지는 낼 수 있어요.”
이런 구체적인 VOC 하나가 8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설문 결과보다 백배 설득력 있다.
최소 3명 이상의 실제 VOC를 담아라.
그들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그 방식의 한계가 무엇이며,
얼마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줘라.
지금 당장 점검해보라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를 다시 펼쳐보라.
당신 혼자만의 불편함을 시장 문제로 포장하진 않았는가.
설문조사로 때우고 실제 지갑을 여는 행동은 검증하지 못했는가.
솔루션을 먼저 만들고 문제를 끼워맞추진 않았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많은 사람들이 얕게 공감하는 문제인가, 일부 사람들이 깊게 공감하는 문제인가.
고객의 문제에 집요하게 파고들었는가.
진짜 문제를 찾았다면 Customer 파트는 저절로 풍성해진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고통받는지, 현재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왜 기존 방식이 불충분한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쏟아진다.
억지로 꾸며낼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 쓰면 된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Customer 파트가 잘 안 써진다면, 그건 발표자료 문제가 아니다.
사업 아이템 자체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