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T 기획에 대한 의문
PPT제작을 문의하실 때 ‘기획’에 관한 질문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기획은 무엇인지, 꼭 필요한지, 어떤 업무를 대신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인데요. 정리해보면 질문의 핵심은 동일합니다. 바로 ‘기획자가 하는 일’입니다.
기획(企劃)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일을 꾀하여 계획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꾀하다’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뜻을 두거나 힘을 쓰는 것’인데요.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종합해보면 기획은 방법을 찾고, 계획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PPT기획이라고 하면 ‘원고를 작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획은 원고 작성이 아닌 원고 수정 및 재가공에 가깝습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있어야 하고, 멋진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색상의 물감이 필요하듯 원고를 수정·재가공하기 위해 기본적인 재료인 원고가 필요한 것입니다.
원고를 받으면 기획자는 이런 일들을 합니다.
원고 파악
원고가 결과물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분량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내용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경우, 다시 요청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근거 자료를 요청하기도 하고, 인과관계가 부족할 경우 더 나은 자료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합니다(이 과정은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추후 과정에서 추가되기도 합니다).
이미지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품을 직접 촬영한 사진이나 제작과정 및 현장의 이미지가 필요한 경우 등입니다. 이런 이미지들은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이미지 사이트에서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텍스트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웠던 정보의 틈을 채워줍니다.
필요한 자료는 기업에서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수시로, 바로 요청하고자 합니다.
전략 수립 및 흐름 만들기
원고를 ‘전체 흐름’ 위주로 훑어봅니다. 내용 정리를 위해 순서를 잡는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을 거쳐야 PPT를 만들었을 때도 흐름이 생기고 내용 이해가 쉽습니다. 아무리 쉬운 정보도 두서가 없으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흐름이 잡히면 자연스럽게 전략 수립으로 이어집니다.
내용에 강·약을 주고, 설득력이 없다면 설득력을 가질 만한 자료가 있는지, 다른 대안 등을 검토합니다.
허비되는 슬라이드는 없는지, 페이지별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메시지)이 있는지도 살펴봅니다.
간혹 흐름이나 정해진 분량에 맞춰 넣었는데 생각해보면 굳이 필요 없는 페이지도 있더라고요.
결국 그런 페이지에서 흐름이 끊기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과감하게 빼야 할 때도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페이지별 배분이 잘 되었는지도 살펴봅니다.
설명할 내용이 많아 여러 페이지를 할애했는데 자칫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내용을 덜어내기 힘들다면 강조되지 않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오해로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여기서 시간적 여유는 기한이나 마감도 있지만 초반에 너무 힘을 빼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내용 배분은 뒷부분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원고 검토 및 재가공
지금부터는 자료를 내용 위주로 꼼꼼히 봅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찾아보고, 다른 페이지에 자료가 있는지 살펴보고, 소통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왜 이해가 되지 않는지 원인을 찾습니다. 전문분야 때문일 수도 있고,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더 쉬운 내용이나 표현을 통해 이해를 도와야 합니다.
PPT 발표를 보는 사람들이 각 분야 전문가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혹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내용 전부를 알 수 없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개인차도 있습니다.
PPT는 그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쉽게 이해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PPT는 집중할 수 없고, 투자할 수도 없으며, 결국 불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시각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용 이해를 위해 간결하고, 보기 좋게 만듭니다.
불필요한 내용은 덜어내고, 정보의 중요도를 선별하고, 카피가 필요한 부분은 넣어줍니다.
표, 그래프, 사진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도 살펴봅니다.
기획 과정에서 한계가 있는 부분은 디자인 과정에서 풀어낼 수 있도록 의도를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런 고민들이 이해하기 쉽고, 시각적으로 편안한 PPT를 만들어준다는 생각으로요.
문장 손보기
이 단계에서는 단어와 표현 등 세부적인 수정이 진행됩니다.
같은 의미의 단어가 슬라이드별로 다른 단어로 쓰이지 않았는지, 서술 형태가 뒤죽박죽은 아닌지 등입니다.
PPT는 문학 작품과 달리 묘사나 의미보다 정보가 중요하고, 전달력을 가져야 합니다.
정보 전달의 걸림돌이 되거나 이해하는 데 시간을 지체하는 요소는 없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한 단어로 사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1p에서는 ‘사과’, 2p에서는 ‘Apple’, 3p에서는 ‘빨갛고 둥근 것’이라고 하면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2p의 Apple이 사과와는 다른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빨갛고 둥근 것이 앞에서 이야기한 사과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가끔 기술이나 사업명도 통일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간단한 단어보다 더 혼란스러울 수 있으므로 정식 명칭, 통일된 명칭을 사용합니다.
구어체는 문어체로 바꾸고, 비문(非文)을 수정합니다. ‘문장을 문법에 맞게 바꾼다’보다는 ‘문장이 잘 읽힐 수 있게 바꾼다’에 가깝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문서인 만큼 격식을 갖춘 문어체로 바꾸기도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구어(口語)적인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이해가 힘든 전문용어는 바꾸지만 대체 용어가 없거나, 명확한 의미가 내포돼 있을 경우 수정하지 않기도 합니다.
간혹 이 과정에서 슬라이드 순서를 바꾸기도 합니다.
전체 내용을 넣고 보니 더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을 경우입니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기획 업무입니다.
모든 기획자가 같은 방식과 과정으로 일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획에는 자신만의 방법과 방향을 찾는 일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