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MVP가 아니라 실행력을 본다

“저희는 MVP를 완성했고, 이제 투자를 받고 싶습니다.”
IR 피칭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 MVP는 단지 출발점일 뿐입니다.
실제로 투자를 결정짓는 요소는 단순한 기능의 구현 여부가 아니라, 그 기능이 고객에게 얼마나 어필되었고, 실제로 매출이나 행동 변화를 일으켰는가입니다.
쉽게 말해, 투자는 ‘제품이 있느냐’보다 ‘제품이 움직였느냐’를 묻는 과정입니다.
IR에서 MVP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MVP는 시장의 반응을 실험하기 위한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입니다.
초기에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다릅니다.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력을 보고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수백 개의 팀을 만나며 이렇게 말하는 창업자들을 너무도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이 제품만 나오면 무조건 대박입니다.”
제품은 나왔지만,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런 사례가 쌓이면서 투자자들은 결국 이 팀이 ‘팔 수 있는가’를 믿게 해줄 증거,
즉 트랙션을 찾습니다.
Traction이란, 실행의 증거입니다

저는 트랙션을 “숫자로 증명하는 팀의 실행력”이라고 정의합니다.
다시 말해 ‘시장에 나가 본 경험과 그 결과로 얻은 수치’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유료 전환율
- 초기 고객 수
- 반복 구매율
- 파트너사 확보 수
- PoC 진행 결과 등
여기서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말해주는 ‘실행의 맥락’입니다.
예) “3건의 유료 계약 확보” → “총 14곳에 제안 후, 3곳이 2주 내 계약 결정” → 이건 ‘세일즈 사이클이 짧고 제품 반응이 좋다’는 걸 말해주는 지표가 됩니다.
제품보다 팔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IR 피치덱에서 많은 창업자들이 제품을 화려하게 소개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제품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팔렸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비어있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는 기술자를 찾지 않습니다.
제품을 팔 수 있는 사업가를 찾습니다.
그래서 트랙션은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우리는 고객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알고 있고,
실제로 그런 움직임을 해왔으며,
그 결과 시장은 우리에게 반응하고 있다”
는 메시지를 숫자로 말하는 겁니다.
초기 투자자는 ‘미래’보다 ‘현재의 움직임’을 봅니다
특히 시드 투자 단계에서는 다음 질문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 이 창업자가 이 문제를 왜 풀어야만 하는가?
- 지금 이 시장에서 이 아이디어를 얼마나 빠르게 검증했는가?
- 단순히 시장 규모가 아닌, 시장 반응에 대한 실행 실험이 있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완성도 높은 MVP라도 투자를 이끌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트랙션을 만들어야 할까요?
특히 제품이 아직 불완전한 B2B SaaS 스타트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B2B SaaS라면 PoC가 곧 Traction이다

B2B SaaS 스타트업의 경우, MVP 출시만으로는 고객 반응을 얻기 어렵습니다.
기업 고객은 제품을 당장 사지 않습니다. 먼저 ‘검증(PoC)’을 요구합니다.
그러므로 이 단계에서 PoC는 단순 테스트가 아니라, 실행력의 증거이자, 트랙션의 시작점입니다.
PoC란 무엇인가요?
PoC(Proof of Concept)는 말 그대로 ‘개념 검증’입니다.
기업 고객에게 제품을 시범 적용하여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받는 과정이죠.
중요한 건 이 과정을 단순 ‘파일럿’으로 넘기지 않고, 투자자에게 실행력의 상징으로 보여주는 전략적 포인트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메시지는 어떨까요?
“대기업 A와 2개월 간 PoC를 진행했고, 내부 보고서에서 30%의 업무 효율 개선 효과가 도출되어 정식 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건 그 자체로 강력한 트랙션입니다.
아직 매출이 없어도 ‘누군가는 우리를 믿고 테스트했고, 결과는 긍정적’이라는 신호가 됩니다.
초기 스타트업 IR에서 PoC가 중요한 세 가지 이유
- 시장 반응을 검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 직접 유료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에서는 PoC가 유일한 검증 수단일 수 있습니다.
- 실행력과 세일즈 역량을 동시에 보여준다
-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PoC를 진행했다는 것만으로도 IR에서 신뢰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 향후 계약·매출로 전환될 수 있는 지렛대다
- 단순한 지표를 넘어, ‘예비 매출’ 또는 ‘리드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제 성장 예측이 가능합니다.
트랙션은 단지 숫자 몇 개가 아니라 ‘이 숫자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는 맥락이 필요합니다.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라
스타트업이 직접 PoC 기회를 만들기 어려운 경우,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이 외부 스타트업과 협업하여 혁신을 빠르게 실험하는 구조입니다.
대기업은 신기술을, 스타트업은 고객사를 얻을 기회를 갖게 됩니다.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 롯데벤처스 X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
- 특징: 선정 스타트업에 PoC 예산과 유통 계열사(롯데마트·롭스 등) 현장 테스트 기회 제공
- 참고링크: http://www.lotteventures.com/l-camp
- 현대자동차 ZER01NE Accelerator
- 특징: 현대자동차 사업부서와 1:1 매칭된 주제로 PoC 수행, 우수 스타트업은 전략 투자 검토
- 참고링크: https://www.hyundai.co.kr/news/CONT0000000000169657
- 신한 스퀘어브릿지 (서울·인천·제주 등 지역별 운영)
- 특징: 대기업–지자체–스타트업 연계 PoC 플랫폼, 검증 후 TIPS 추천 및 신한금융그룹 사업 연계
- 참고링크: https://s2bridge.com/apply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PoC 결과는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라, 실전 검증의 증거가 됩니다.
예시)
“롯데그룹의 스마트스토어 PoC에서 3주 간 현장 적용을 진행했고, NPS 점수가 기존 대비 24% 상승했습니다. 현재 유통부문 정식 도입을 협의 중입니다.”
이건 단순 수치 이상의 신뢰 신호입니다.
실행력을 의심하던 투자자도, 이런 PoC 결과 앞에서는 주목하게 됩니다.
꼭 유료 PoC여야 할까?
많은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이 이 질문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료 PoC가 더 설득력 있지만, 무료라도 괜찮습니다.
대신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고객이 시간을 들였는가?
- 실제로 제품을 사용했는가?
- 그 사용 결과가 측정 가능한가?
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된다면, 유료 여부와 상관없이 IR에서 충분히 트랙션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PoC 과정에서 고객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면, 그것 자체가 ‘시장 적합성(PMF)을 찾아가는 여정’의 스토리가 됩니다.
Traction이 약한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PoC부터 시작하라
- 제품을 고객 앞에 세워보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 PoC는 단순 테스트가 아니라,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최초의 매출 전 실행 스토리입니다.
- 꼭 대기업이 아니어도 됩니다. 동네 소상공인, 협회, 지역 센터와의 작은 실험도 의미가 있습니다.
트랙션의 본질은 ‘대표의 실행력’이다

트랙션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절대로 ‘만들면 온다’는 식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고객은 가만히 있는 제품을 찾아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실행의 중심에는 스타트업 대표가 있습니다.
제품을 만든 것도, 고객을 만난 것도, PoC를 제안한 것도, 결과를 다시 피칭한 것도
초기 스타트업에서 “누가 하겠습니까?”
바로 대표가 하는 것입니다.
실행력은 대표의 가장 강력한 설득 도구다
“투자자는 발표자의 말이 아니라, 태도와 행동에서 진심을 읽는다.”
많은 대표들이 IR 피칭을 잘하려고 멘트를 외우고 슬라이드를 다듬습니다.
하지만 진짜 강한 인상을 남기는 건 그 사람이 보여주는 태도, 일관성, 그리고 실행력의 히스토리입니다.
제가 아는 VC 심사역 중 한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PMF를 달성했다는 말보다, 그걸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실험과 학습을 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결국 대표가 얼마나 움직였는지, 고객을 만나 어떤 피드백을 얻었고, 무엇을 바꾸었는지.
이게 트랙션이고 이게 신뢰입니다.
투자자는 미래에 투자한다. 하지만 ‘지금 이 사람이 해낼 수 있을까?’
트랙션이 부족한 스타트업도 투자받을 수 있습니다.
단, 그때는 팀이 아니라 대표 개인의 실행력이 가장 큰 레버리지입니다.
- 매일 고객과 전화하며 니즈를 파악한 이야기
- 스스로 발표자료를 들고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을 두드린 경험
- 고객 인터뷰와 피드백을 통해 MVP를 다섯 번이나 바꾼 이유
이 모든 게 IR 피치덱에 없어도, 발표 현장에서 대표의 말과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투자자는 그렇게 판단합니다.
“이 대표라면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것 같다.”
스타트업 대표의 실행력을 드러내는 3가지 방법
- PoC나 트랙션 수치를 설명할 때, 그 배경을 같이 말하라
- “처음엔 관심조차 없던 고객이었지만, 3번 제안서를 바꾸고 나니 반응이 왔습니다.”
- IR 발표에서 자신의 역할을 빼지 말고 강조하라
- “이 고객과의 첫 미팅은 제가 제품 없이 설문지 하나만 들고 갔을 때 시작됐습니다.”
- 실패한 실험도 ‘배움’의 스토리로 전환하라
- “첫 MVP는 전혀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 실패 이후 고객 인터뷰를 30건 이상 했고, 지금 버전으로 개선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숫자보다 강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결국 다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투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행력이야말로 기업가정신의 핵심이다

스타트업이란 이름은 ‘빠른 실행과 검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존재’를 뜻합니다.
즉, 실행이 없다면 그건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실행을 이끄는 사람, 팀을 동기부여하고 결과를 끌어내는 사람, 문제를 반복해서 정의하고 해결하려는 사람, 그게 바로 스타트업의 대표입니다.
그래서 트랙션은 곧 대표의 얼굴입니다.
“이 사람은 만든다. 팔려고 노력한다. 실행을 계속한다.”
이 믿음을 심는 것.
그것이 트랙션입니다.
트랙션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증명’이다
- 매출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바꿨다면, 그게 트랙션입니다.
- 계약서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PoC를 따내기 위한 제안서의 히스토리를 말해보세요.
- 퍼포먼스 마케팅을 안 해도 괜찮습니다. 대표가 직접 고객을 만나고 실험한 이야기를 하세요.
투자자는 오늘의 수익보다 내일의 성장 가능성을 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결국 ‘지금도 계속 움직이는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