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Home » IR자료 고민되는 뷰티·디자인 스타트업, 스토리텔링하는 법

IR자료 고민되는 뷰티·디자인 스타트업, 스토리텔링하는 법

스타트업IR 자료를 준비하다 보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프레임이 있습니다.
문제 제시(Problem), 해결책(Solution), 스케일업(Scale up), 팀(Team). 이른바 PSST 방식입니다.

그런데 모든 스타트업이 명확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를 억지로 만들어내다 보면 제품의 진짜 매력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뷰티 브랜드, 디자인 중심의 프리미엄 제품, 특정 지역색이 강한 로컬 브랜드.
이런 제품들은 ‘페인킬러’가 아니라 ‘비타민’에 가깝습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일상에 의미를 더하죠.

그렇다면 이런 스타트업은 IR피치덱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억지 문제(Problem)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어떤 뷰티 스타트업의 IR덱을 본 적이 있습니다.
첫 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현대인의 70%가 피부 트러블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브랜드의 제품은 트러블 케어가 아니라 향기로운 보습 크림이었습니다.
문제를 제시하려다 보니 제품의 본질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꺼낸 거죠.

투자자들은 금방 알아챕니다.
이 창업자가 진짜 풀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아니면 그저 IR자료 형식을 맞추려고 애쓰는 건지.

비타민형 제품일수록 억지로 문제를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더 깊은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스토리텔링이 전략이 되는 순간

비타민형 스타트업의 IR덱은 ‘왜’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내가 왜 이 제품을 만들게 되었는가?
이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어떤 감정과 경험을 선물하고 싶은가?
우리 브랜드가 그리는 세계관은 무엇인가
?

예를 들어 제주의 로컬 베이커리 브랜드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3대째 제주 토박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오메기떡의 쫀득한 식감과 구수한 향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그 맛을 재현한 빵을 찾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문제(Problem)가 없습니다.
대신 진정성과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창업자의 개인사가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는 순간입니다.

또 다른 예시로 친환경 디자인 소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면 이렇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저희는 물건을 오래 쓰는 삶이 아름답다고 믿습니다.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제품이 아니라, 10년 후에도 손이 가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재료 선택부터 디자인, 포장까지 모든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민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가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된다는 점입니다.
투자자들은 이 가치에 공감하는 고객층이 얼마나 있는지, 그 고객들이 지갑을 열 만큼 매력적인 제품인지를 판단합니다.

흐름은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비타민형 스타트업IR의 스토리 구조는 대략 이렇습니다.

첫째, 창업자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내가 이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둘째,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제품 디자인, 패키징,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어떻게 일관성을 이루는지. 우리가 그리는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

셋째, 초기 고객의 반응을 증거로 제시합니다.
MVP를 통해 확인한 고객 반응, 재구매율, 브랜드 충성도. 숫자가 작아도 괜찮습니다.
팬덤의 깊이가 중요합니다.

넷째, 마케팅 전략과 성과를 구체적으로 풀어냅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마케팅이 더 구체적이어야 하는 이유

문제 해결형 제품은 고객이 먼저 찾아옵니다.
회계 자동화 솔루션, 배달 앱, 숙박 예약 플랫폼.
니즈가 명확하기 때문에 제품 자체가 자석처럼 고객을 끌어당깁니다.

하지만 비타민형 제품은 다릅니다.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서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이미 알려진 경쟁 브랜드가 수두룩하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IR피치덱에서 마케팅 전략을 보여줄 때 이 정도는 담아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채널을 통해 고객을 만나고 있는지.
인스타그램, 팝업 스토어, 로컬 마켓, 협업 카페.
각 채널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고객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초기 마케팅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처음에는 제품 기능을 강조했는데 반응이 없어서, 브랜드 스토리로 방향을 틀었더니 팬들이 생겼다든지.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가 투자자에게 신뢰를 줍니다.

우리 브랜드의 팬은 누구인지.
단순히 20대 여성이 아니라, “직장에서 지친 하루를 감성적인 소품으로 위로받고 싶은 28세 직장인”처럼 구체적으로.
그 고객에게 닿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경쟁 브랜드와 우리의 차이는 무엇인지.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브랜드가 많습니다.
그 사이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보여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주 로컬 베이커리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제주에서 나는 재료만 씁니다.
밀가루는 제주 맥주 공장에서 나온 맥주박을 활용하고, 설탕 대신 한라봉 청을 넣습니다.
제주를 한 입에 담는다는 콘셉트로 일관되게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빵 맛만 강조했는데 반응이 미미했습니다.
그래서 제주 농가와의 협업 스토리, 재료를 구하러 다니는 과정을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렸습니다.
그 결과 ‘제주다움’에 공감하는 로컬 팬층이 먼저 생겼고, 이들이 입소문을 내주면서 관광객들도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 디테일이면 투자자는 확신합니다.
이 팀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구나.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감각이 있구나.

팬덤이 곧 TAM입니다

비타민형 스타트업의 시장 규모를 설명할 때도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전체 뷰티 시장 규모가 몇 조라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투자자들도 압니다. 그 시장에서 당신이 차지할 수 있는 건 극히 일부라는 걸.

대신 우리 브랜드의 팬덤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초기 고객 100명의 재구매율이 80%라면 그게 증거입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0명이 매달 평균 3만 원씩 쓴다면 그게 시장입니다.

CAC(고객 획득 비용)가 낮고, LTV(고객 생애 가치)가 높다는 걸 보여주세요.
이 두 숫자가 좋다면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TAM, SAM, SOM을 이야기할 때는 이렇게 접근하면 됩니다.

우리와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컬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와 비슷한 포지셔닝의 브랜드들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제주라는 지역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로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숫자보다 방향성이 명확하면 됩니다.

투자자가 보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비타민형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건 제품에 투자하는 게 아닙니다.
브랜드를 만들어갈 사람에게 투자하는 겁니다.

그래서 IR자료 전체에서 창업자의 진정성이 묻어나야 합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떤 가치를 믿는지, 앞으로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갈 건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세계관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 세계관에 공감하는 고객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브랜드를 키워가는 일입니다.

억지로 문제를 만들 필요 없습니다.
대신 당신의 이야기를 더 깊이, 더 구체적으로 들려주세요.
그 이야기가 충분히 설득력 있다면 투자는 따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