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 피칭, PROBLEM 파트의 중요성
IR 피칭에서 PROBLEM 파트는 드라마 1화의 역할을 한다.
웹툰, 드라마 등 연재되는 시리즈에서 1화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시리즈를 계속 볼지 말지 결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사들이 예산 100억이 있으면 1화에 90억을 써야 한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R 피칭에서 드라마 1화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PROBLEM이다. 창업자가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객이 충분히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알린다면, 2화를 시청할 수밖에 없는 1화를 만드는 것에 성공한 셈이다.
사업 기회는 고객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중국 후난성의 산 절벽 중턱에 있는 편의점 사진이다. 120미터 높이에 있는 이 편의점에서는 주로 생수를 판매하는데 더운 날씨에 이 높이에 이르면 갈증이 극에 달하므로, 이때 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물은 오아시스와 같다.
고객의 문제가 있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사업 기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고객의 불편함도 문제가 된다
카카오뱅크가 2023년 기준 2,300만 명, 케이뱅크가 953만 명, 토스뱅크가 9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고 한다. 지점 없는 인터넷 은행 3군데 가입자가 4,10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은행의 고객들이 빠르게 인터넷 은행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면 왜 지금의 고객들은 이렇게 인터넷 은행에 열광할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편리함이다.
일반 은행 앱은 공인인증 비밀번호를 5번 정도 틀리면 이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은행 지점을 방문해 비밀번호를 재발급해야 하는데, 먼저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한다. 내 차례가 되었지만 실수로 인감 증명서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다시 동사무소를 방문해 인감증명서를 줄 서서 발급 받고, 다시 은행에 와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한다. 최소 1~2시간, 길게는 반나절을 허비하게 된다. 반면, 인터넷 은행은 핸드폰을 들고 있는 그 자리에서 화상 전화로 이 문제를 즉시 해결해준다.
고객은 기존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면 편리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기 마련이다.
이때 편리하고 새로운 방식을 제공하는 기업에게는 사업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기존의 불편함이 해결하기 어렵고, 불편함의 크기가 클수록 그 기회도 함께 커진다.
그래서 IR 피칭을 통해 사업의 기회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 불편함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공감시킬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의 관점
투자자들은 매일 다양한 분야의 각기 다른 사업을 만난다. 어제는 바이러스 백신을 연구하는 바이오 기업을, 오늘은 핫도그 프랜차이즈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아무리 많은 기업을 만난다 하더라도 세상 모든 분야를 알 수는 없다.
사업 아이템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사업이 필요한 이유(PROBLEM)를 납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창업자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제품(PRODUCT)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많다.
아이들이 엄마한테 용돈을 달라고 하면 엄마가 이유를 묻는다. 거기다 대고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내가 갖고 싶은 것에 대한 장점과 특징을 이야기한다면 엄마도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
고객의 불편함을 발견하고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게 된 것처럼 투자자에게 그 이유를 공감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무기가 되는 스토리’라는 책에서도 모든 히어로의 성공 스토리는 주인공이 난관에 직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그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궁금해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밖에 없다. 투자자가 우리 아이템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시작이 PROBLEM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예시: 두둠스톡
작년에 우리 회사에서 컨설팅을 진행한 ‘지로’라는 스타트업의 ‘두둠스톡’이라는 서비스의 IR 피칭 자료를 통해 어떻게 문제를 이해시키는지 참고해보자.
지로의 첫 번째 사업 아이템은 ‘두둠’이라는 동영상 제작 업체와 클라이언트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이었다.
‘두둠스톡’은 ‘두둠’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동영상 제작 업체의 작업 중 실제로 편집된 결과물에서 최종 사용되는 영상의 양은 매우 적다. 미사용 보유 영상의 용량이 500만 테라바이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재사용이나 판매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 애초에 영상제작을 의뢰한 발주처의 소유인지, 영상제작업체의 소유인지 소유권이 모호하다.
- 남는 영상이 있다하더라도 가격을 매기고 거래할 수 있는 유통망이 부재하다.
- 누군가가 구매한 영상을 다른 누군가는 불법으로 이용했을 때 저작권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어렵다.
지로는 두둠스톡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기로 했다.
- 두둠스톡에서 영상콘텐츠를 매입하거나 수익배분 계약을 한다.
- 개별 영상에 대해 저작권 소유자를 지정하고 등록 진행한다.
-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 가공하여 ‘두둠스톡’플랫폼에 업로드한다.
- 플랫폼에서 스톡영상을 구독권이나 직접판매 형태로 판매하고 수익배분을 한다.
이처럼 고객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시키고 충분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은 다음에 나올 서비스 구성, 가격 정책,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해 궁금해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