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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스타트업 IR 피칭은 제품 소개가 절반이다

제품 소개, 왜 중요한가?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과 데스벨리를 넘어 성장하는 구도를 만든 중견 스타트업의 IR 피칭은 다르다.

중견 스타트업은 사업을 진행하며 달성한 TRACTION을 지표로 투자자를 설득한다. 가설에 불과했던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확보한 것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높다.

하지만 이제 MVP 제품 개발을 하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은 TRACTION으로 보여줄 것이 없다. 그들의 IR 피칭은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낮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들의 제품을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근거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탄탄한 논리로 확고한 주장을 펼쳐야 한다. 그러면 그들의 제품 설명이 단순한 설명을 넘어 투자자들에게 사업의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지금부터 제품 소개를 ‘제대로’ 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알아보자.

1. 제품 소개의 전진 배치

초기 스타트업의 IR피칭은 아이템을 설명하는 전반전과 사업성, 신뢰성을 전달하는 후반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전반전은 잠재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고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시키며 해결책으로 우리 제품을 제시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우리의 비즈니스가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전달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처럼 IR 피칭에서도 전반전의 분위기를 잘 잡으면 후반전에서 자연스럽게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컨설팅 과정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의 피칭을 들어보면 제품 소개를 피칭 후반부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체감상 50% 이상). 이는 특히 초기 스타트업 IR의 경우 매우 잘못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친구가 소개팅을 시켜준다고 상상해보자.

여러분이 남자라면 주선자에게 던질 수 있는 첫 질문은 분명 “예뻐?” 일 것이다(강의할 때 마다 물어봤는데 거의 100%다). 그런데 이 질문을 한 나에게 친구가 상대방의 직업, 종교, 성격 등 엉뚱한 답을 계속한다면 어떨까? 아주 답답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됐고! 예뻐?”

마치 추리소설 속 범인을 밝혀가듯 그녀의 정보를 흘리는 친구

지금 이 순간 나에게는 외모가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것이다. 외모가 자신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다른 정보는 공허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스타트업 IR로 가져와보자. 제품에 대해서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규모나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전략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투자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그게 대체 뭔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많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투자 심사역이다.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잘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의 완성도가 형편없다면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다.

듣는 사람 답답하게 하지 말고 우리 제품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이야기를 꺼내자.

2. ‘정확’하고 ‘상세’한 제품 소개

소개팅녀 사진을 요청했을 때
이런 사진을 보내면 안 된다.

제품 소개를 피칭 초반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제품을 얼마나 제대로 보여줄 것인가이다. 제대로 보여주는 방법은 정확하고 상세하게 제품 소개를 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경상도 남자가 이성에게 선물을 할 때 “오다 주웠다”라고 표현할 때가 있다. 고심해서 고른 선물이지만 내 마음이 충분히 전달될 것이라 믿고 미사여구 없이 툭 전달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IR피칭을 듣다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 자신들이 몇 년 동안 고생하며 만든 제품을 대충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한다(엔지니어 출신 대표들의 IR 자료가 대부분 그러하다). 단순히 제품의 도면이나 기능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실제 모습과 기능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잘못된 사진의 예시

초기 스타트업 IR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제품 소개 페이지
  • 해상도가 낮아 흐릿한 사진
  • 일부분만 클로즈업 된 사진
  • 다른 경쟁사 제품 사진
  • 일반인은 알아보기 힘든 설계 도면 사진

이러한 이미지는 제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제품 소개에서는 고화질의 이미지, 실제 제품 모습, 사용법을 시각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경우 목업 디자인을 통해 제품의 최종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크몽과 같이 재능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이트에서
비교적 저렴한 견적으로 목업 디자인을 의뢰할 수 있다.
자미재미 그림자동화 IR 제품 소개 페이지

건설 현장에서 조감도를 보는 것처럼 목업 디자인을 통해 제품의 최종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자.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제품이 완성되었을 때의 가치를 볼 수 있다.

3.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제품 소개

메타인지 능력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다. 메타인지 능력이 부족하면 자신이 아는 만큼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지식의 저주’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모든 지식과 정보들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창업자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와 관계된 직원, 거래처, 고객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자신의 제품을 상대방(청중)도 금방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자신들이 그 경지까지 가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 투자를 했는지 잊어버리는 것이다.

투자 심사역이 넓은 영역의 비즈니스를 접하고 다양한 사업 계획을 듣다 보니 일반인들보다 이해가 빠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 박식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제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제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도, 청중이 이해하지 못하면 그 설명은 실패다.

일타강사가 된 사람들은 강의를 할 때 한 가지 개념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직원까지 써가면서 적절한 비유나 사례를 찾는다고 한다. 하물며 성장과 생존이 달려 있는 투자를 받기 위한 제품을 소개하는데 그런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대표로서의 직무유기가 아닐까?

다양한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을 설명해보자. 폭넓은 연령층과 서로 다른 분야의 지인, 친구, 동료에게 우리 제품을 설명해보고 쉽게 이해하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은 설명 방식을 바꾸거나 비유를 활용하고, 자료를 보완해보자.

4. 영상과 GIF 활용

최근 쇼핑몰 상세 페이지에서는 영상과 GIF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와 텍스트보다 시각적으로 더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IR 피칭 제품 소개 파트에서도 이러한 시각적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Capless 화장품 용기를 개발한 ‘아이피플러스’의 IR 제품 소개 페이지

영상과 GIF는 단순한 제품 설명을 넘어 제품의 실제 사용 모습을 보여주고, 제품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영상을 통해 제품의 기능을 시연하면 청중은 단번에 그 제품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정부 지원사업의 경우 PDF 형식으로 발표 자료를 제출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발표 자료와는 별도로 태블릿이나 노트북에 영상을 담아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정적인 자료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제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효과적이다.

초기스타트업은 제품 소개가 IR 피칭의 성공을 좌우한다

종종 제품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제품 소개를 피칭의 후반부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

이는 명백히 IR 피칭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실수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제품이 아직 완벽하지 않거나, MVP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부족한 것이 당연하다. 투자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당당한 태도로 우리 제품을 제대로 설명하자.

제품 소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후에 제시하는 비전이나 전략은 아무리 훌륭해도 설득력이 없다. 건물을 지을 때 조감도대로 지어지는 것처럼, 우리 제품이 완성되었을 때의 가치를 상상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전달하자.

그리고 스타트업 투자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가능성에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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