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VS 히어로’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하는 IR 도입부
배트맨, 아이언맨, 어벤져스 등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액션 영화는 대개 빌런이 악행을 저지르고 이를 저지하는 히어로가 멋지게 등장한다. 보통 권선징악의 구조로 히어로가 결국 승리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영화의 구성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1. 빌런과 히어로는 반드시 한 세트이다.
2. 빌런의 악행이 클 수록 히어로 등장으로 인한 카타르시스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 인사이트를 스타트업 IR(투자제안서)의 도입부에 적용해보자.
문제(PROBLEM)는 빌런, 해결책(SOLUTION)은 히어로로 설정하면 쉽다.
이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빌런이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히어로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제 없는 해결책은 고객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문제와 해결책의 균형 잡기: 스타트업 IR의 핵심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IR 피칭을 할 때 문제를 제시한다. 하지만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빌런은 초능력도 없는 좀도둑인데 상대인 히어로는 슈퍼맨인 영화를 생각해보자. 급이 맞지 않다. 문제를 제시하는데 공감이 가지 않을 뿐더러 너무 사소하다. 그런데 스타트업에서 계획하고 있는 해결책은 너무 거창한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문제와 해결책의 급을 맞춰야 된다. 급을 맞추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문제와 해결책을 1:1로 대비시키는 것이다.
- 고객의 문제 1: 기존 방식은 비싸다.
- 해결책 1: 우리 방식은 저렴하다.
- 고객의 문제 2: 기존 방식은 절차가 복잡하다.
- 해결책 2: 우리 방식은 절차가 단순하다.
- 고객의 문제 3: 기존 방식은 사후 관리가 어렵다.
- 해결책 3: 우리 방식은 사후 관리가 쉽다.
이런 식으로 1:1로 문제와 해결책을 세트로 대비시키면 청중이나 투자자는 우리 제품의 가치를 명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때 가짓수는 3가지가 적당하다. 인간의 단기기억은 생각보다 짧고 단편적이기 때문에 더 많은 내용이 있어도 3가지로 핵심 내용을 뽑아보자.
불필요한 해결책 배제: 고객의 요구에 집중
“많다고 다 쓸만한 건 아니다”
컨설팅을 해보면 스타트업의 IR 초안을 봤을 때 문제보다 해결책이 더 많은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때는 빌런과 히어로를 떠올려보자. 빌런이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에 히어로는 필요 없다. 그런데 굳이 우리는 히어로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건 린 스타트업 정신과도 동떨어진다. 이미 MVP를 만드는 것이 아닌데 좋은 무언가를 계속 더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의 니즈가 없는 해결책은 과감하게 삭제하도록 하자.
플랫폼 비지니스를 기획하면서 처음부터 사용자간의 커뮤니티 기능을 넣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케이스가 생각보다 아주 많다. 우리의 핵심 기능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리소스를 허비하는 것이다.
반대로 해결책 없이 문제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그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제품 기획 단계로 돌아가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외면하는 제품은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분의 IR 스토리 구성이 이렇게 되어 있다면 떡밥을 던지고 회수를 하지 않았던 짜증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떠올려보자.
예시: 아이피플러스 IR 도입부 스토리텔링
(주)아이피플러스는 뚜껑 없는 화장품 용기를 개발해서 2021년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2022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 발명품전시회’에서도 금상을 2023년 특허청 주관 ‘통합투자유치설명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2024년 59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국가지식재산위원장’ 표창을 수상함으로써 기술력과 사업성을 모두 검증 받은 기업이다. [관련기사]
많은 사람들이 화장품을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뚜껑을 분실하거나, 뚜껑이 열리거나 깨져 내용물이 유출되는 등의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실제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할 수 있다. 화장품 용기에 뚜껑은 꼭 있어야 하지만 그로 인해 불편함이 생기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피플러스는 본체와 뚜껑을 일체화한 제품을 개발했다. 이로 인해 뚜껑 분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청결과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PROBLEM 1 분실 | SOLUTION 1 일체화 |
PROBLEM 2 오염 | SOLUTION 2 청결 |
PROBLEM 3 파손 | SOLUTION 3 안정성 |
해결책(SOLUTION) 페이지를 따로 구성하지 않고 바로 제품 소개로 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아이템도 있다. 하지만 고객의 문제를 우리가 어떤 컨셉(아이디어)으로 해결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해결책 페이지를 따로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피플러스의 Capless 용기 제품은 뚜껑 없이도 완전 밀폐가 가능하며, 회전시키면 내용물이 나오고 반대로 돌리면 들어가는 구조로, 국내외 다수의 특허를 획득했다. 이 페이지에서는 GIF를 활용해서 제품이 어떤 구조로 작동하고, 어떤 화장품에 적용할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우리 제품의 가치는 문제의 크기에 비례한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하는데 몰두하다 보니 IR에서도 대체로 해결책의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빌런 없는 히어로는 존재 가치가 없다. 우리 아이템의 가치를 더 크게 보이고 싶다면 그만큼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자.